원·달러 환율 급락, 1,380원대까지 내려왔다…지금 달러를 사야 할까?
원·달러 환율 급락, 1,380원대까지 내려왔다…지금 달러를 사야 할까?
최근 원·달러 환율을 보면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400원대가 익숙했는데 이제는 1,38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8월 14일 원·달러 환율은 약 1,416.1원이었고 18일 1,412.5원, 19일에는 1,389.1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1,386원 안팎까지 거래되면서 일주일 사이 약 30원 가까이 떨어진 모습입니다.
환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반대로 원화 가치가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저 역시 해외주식이나 달러 투자에 관심이 있다 보니 이런 움직임이 나타날 때면 “달러를 지금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이번 환율 하락은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동시에 만들어낸 변화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원·달러 환율은 왜 이렇게 빠르게 떨어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나타난 글로벌 달러 약세입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 국채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채 바이백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문제를 다시 주목하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달러는 최근 유로화 대비 약 3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약해졌습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오르는데 달러는 약해지는 다소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국 재정에 대한 불안이 달러 신뢰도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두 번째는 한국 원화 자체가 강해진 것입니다.
7월 말 한국과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이례적인 공동 개입에 나선 이후 원화는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당시 원화는 하루에 약 2% 강해지면서 달러당 1,418원 수준까지 내려왔고 이후 상승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와 외국인 자금 유입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2. 어제부터 갑자기 떨어진 것인가?
이번 환율 하락은 단순히 하루 이틀의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7월 말부터 원화 강세 흐름이 시작됐고 8월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8월 초에도 원·달러 환율은 1,420원대였지만 최근에는 1,390원 아래까지 내려왔습니다. 특히 한국은행은 8월 21일 원화가 지난달 이후 빠르게 강해져 약 11개월 만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환율은 주식보다 훨씬 많은 요인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장입니다.
미국 금리, 국제유가, 전쟁이나 지정학적 위험, 외국인 국내 주식 매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까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최근 떨어졌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직선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3. 앞으로 1,300원대로 더 떨어질까?
저는 당분간 1,380원 부근이 중요한 구간이라고 봅니다.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는 조건은 꽤 있습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한국 반도체 수출이 좋아지며 외국인 국내 투자자금이 들어온다면 환율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최근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고려하면 원화가 추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반대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다시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이거나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가 다시 강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시장의 중요한 변수는 미국 연준의 잭슨홀 메시지와 미국 장기금리입니다. 로이터도 향후 달러 방향의 중요한 시험대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꼽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환율이 1,300원까지 떨어진다”라고 단정하기보다 1,350~1,400원 사이의 변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4. 나는 지금 어떻게 투자 방향을 잡을까?
환율이 빠르게 내려올수록 저는 달러를 한 번에 사지 않는 방법이 좋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해외여행이나 미국주식 투자 목적으로 1,000만원을 달러로 바꿀 계획이라면 한 번에 환전하지 않고 200만원씩 여러 번 나누는 방식입니다.
1,380원에서 일부 환전하고 추가로 1,350원대가 오면 다시 환전하는 방법입니다.
미국주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화가 강해지면 같은 미국주식을 사더라도 필요한 원화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미국주식 투자자는 조심해야 합니다.
미국주식 가격이 10% 올라도 환율이 5% 떨어지면 원화 기준 수익률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주식 가격뿐 아니라 환율까지 함께 보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5. 환율 하락은 우리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환율 하락은 투자자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원유·가스·곡물 등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가에서는 원화가 강해지면 수입가격 부담이 줄어듭니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집니다.
1달러가 1,450원일 때 1,000달러를 환전하려면 145만원이 필요하지만 1,380원에서는 138만원이면 됩니다. 1,000달러만 환전해도 약 7만원 차이가 납니다.
직구나 해외결제 역시 부담이 줄어듭니다.
반면 수출기업에게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1달러를 벌어도 환율이 1,450원일 때보다 1,380원일 때 원화로 바꾸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환율 하락은 소비자와 수입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수출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양면적인 변화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환율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저는 이번 환율 급락을 보면서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 1,500원을 걱정하던 시장이 이제 1,380원을 보고 있습니다.
환율은 누구도 정확하게 맞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떨어질 것 같다”며 기다리거나 “다시 오를 것 같다”며 한꺼번에 달러를 사기보다 분할 환전과 분할 투자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미국 금리와 달러지수, 한국 반도체 수출, 외국인 국내주식 수급을 계속 확인하면서 환율이 1,350원대까지 내려온다면 달러자산 비중을 조금씩 늘려볼 생각입니다.
결국 환율 투자의 핵심은 최저점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산을 원화와 달러로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환율은 국제정세와 금리, 수급 등에 따라 빠르게 변할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