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루 4% 급락, 100달러 간다더니 왜 88달러까지 떨어졌나?

 

국제유가 하루 4% 급락, 100달러 간다더니 왜 88달러까지 떨어졌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8월 25일 시장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3.74달러, 약 4.1% 떨어진 배럴당 88.43달러까지 내려왔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81.67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두 유종 모두 8월 1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는 이런 움직임을 볼 때마다 국제유가는 단순히 “전쟁이 났으니 오른다”거나 “제재가 나왔으니 오른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뉴스의 제목보다 실제 원유 공급이 얼마나 줄어드느냐입니다.

1. 93달러에서 88달러대로, 왜 갑자기 떨어졌을까?

24일까지만 해도 브렌트유는 92달러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시장은 생각보다 강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이 달러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즉각적인 시행 시점이나 구체적인 대상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을 바로 겨냥한 강력한 금융제재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결국 시장의 판단은 단순했습니다.

“제재가 발표됐지만 당장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유가에 붙어 있던 이른바 ‘공급 공포 프리미엄’이 빠르게 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그렇다고 중동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실제 공급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세계 원유와 LNG 해상 운송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통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원유 통과량은 하루 약 500만 배럴 수준으로, 전쟁 전 하루 2,000만 배럴 이상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원유 공급 구조 자체입니다. Reuters가 IEA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이란·러시아·우크라이나·리비아·베네수엘라 등 분쟁 영향을 받는 국가들의 2025년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4,500만 배럴로 세계 공급의 43%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즉 지금은 세계 원유의 거의 절반이 지정학적 위험과 연결돼 있는 셈입니다.

유가가 하루 이틀 떨어졌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3. 비축유라는 안전판도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다

올해 유가 급등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각국의 전략비축유입니다.

IEA 회원국은 지난 3월 총 4억 배럴 규모의 비상 원유 방출에 합의했습니다. 7월까지 실제 방출된 물량은 약 2억9천만 배럴에 달했습니다. 다만 “비축유가 거의 바닥났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장입니다. 당시 IEA 회원국은 여전히 10억 배럴 이상의 비상재고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시장의 충격을 흡수해 주던 완충장치를 이미 상당 부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Reuters Breakingviews는 육상과 해상 재고도 7월 중순 이후 약 3억 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이 다시 심해지거나 이란의 군사 대응이 확대된다면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시험할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4. 개인 투자자는 유가 숫자 하나보다 ‘공급 흐름’을 봐야 한다

제가 이번 급락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유가의 방향보다 변동성입니다.

불과 며칠 사이 93달러대에서 88달러대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단기 고점과 저점을 정확하게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원유 선물이나 레버리지 ETF를 이용해 급등·급락을 쫓는 투자는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국제유가를 볼 때 네 가지를 함께 확인하려고 합니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선박 통행량, 둘째 미국의 이란 제재가 중국 등 주요 구매국까지 확대되는지, 셋째 중국 원유 수요가 회복되는지, 넷째 IEA와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입니다.

이번 4% 급락은 “100달러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라기보다 시장이 군사 충돌 위험과 실제 공급 감소를 다시 계산한 결과에 가깝다고 봅니다.

결국 지금 국제유가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내일 오를까, 내릴까?”가 아닙니다.

실제로 시장에 들어오는 원유가 줄고 있는가?

저는 이 질문이 앞으로 유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국제유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개인적인 분석과 정보 정리를 목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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